로봇이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당황했던 오후
주말에 마곡광장에서 뭐 축제를 한다길래 큰 기대 없이 애를 데리고 나갔다. ‘제4회 서울퓨처랩 축제’인가 하는 이름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사람 많고 복잡할까 봐 걱정부터 앞섰다. 도착해보니 이미 입구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아이는 로봇을 본다고 신나서 뛰어다니는데, 나는 챙겨온 물병이랑 짐 때문에 벌써부터 어깨가 뻐근했다. 막상 눈앞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타나니까 애가 처음에는 얼어붙더라. 나는 옆에서 ‘악수해 봐, 저기 봐’ 하면서 계속 등 떠밀고 있고. 로봇이 손을 내미는데 그 움직임이 생각보다 너무 정교해서 오히려 내가 더 놀랐던 것 같다. 애는 나중에 용기 내서 손을 내밀었는데, 로봇 손이 차가웠는지 아니면 분위기가 묘했는지 금방 손을 뺐다. 옆에서 보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래 기술이니 뭐니 해도 결국 애들 눈엔 그냥 움직이는 커다란 장난감 같아 보였다.
킨텍스까지 다녀왔어야 했나 하는 뒤늦은 고민
사실 고민이 좀 많았다. 킨텍스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박람회도 같은 시기에 있었는데 거기는 좀 더 교육적이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교통안전 체험도 있고 뮤지컬도 한다고 해서 거기를 갈까, 아니면 그냥 가까운 마곡광장을 갈까 고민을 엄청 했다. 결국 귀찮음이 이겨서 가까운 마곡을 택했는데, 로봇이랑 인사하는 걸 보고 좋아라 하는 애 얼굴을 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킨텍스는 실내니까 에어컨도 시원하고 쾌적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곡광장은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니까 나중에는 애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 급하게 편의점 가서 비싼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줘야 했다. 입장료는 무료였는데 결국 간식값으로 만 원 정도는 쓴 것 같다. 이런 게 부모 마음인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계획을 제대로 못 세운 건지 모르겠다.
집 근처 아파트 놀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
평소에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거랑은 확실히 달랐다. 거기는 좁고 낡아서 애가 금방 지루해하는데, 여기는 일단 광장이 넓으니까 마음껏 뛰어다녀도 제지할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예전에는 그냥 투수성 포장 잘 된 깔끔한 바닥만 봐도 ‘아, 여기는 넘어져도 덜 다치겠다’ 싶었는데, 요즘은 이런 대형 행사장 구경하는 게 애한테는 더 자극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그냥 벤치에 앉아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애는 망원경으로 태양 흑점 관찰하는 체험 줄 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줄이 거의 30분은 됐던 것 같은데, 땡볕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대체 여기 왜 왔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막상 렌즈에 대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애를 보니 30분 기다린 게 아깝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집에 오면 또 금방 잊어버리겠지 싶고.
롤글라이더 대신 그냥 로봇이랑 한판
원래는 근처에 롤글라이더 있는 놀이터를 찾아볼까 했다. 애가 워낙 타는 걸 좋아해서. 그런데 로봇 구경하고 나니까 애 체력이 바닥이 났는지 밥 먹으러 가자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 나중에 찾아보니 고기집 놀이방 있는 식당들이 꽤 있던데, 거기나 갈 걸 그랬나 싶었다. 고기 굽는 동안 애는 놀이방에서 놀고 나는 좀 편하게 먹고. 이번 주말은 그냥 돌아다니기만 바빴지 정작 나도 애도 제대로 쉰 것 같지가 않다. 집에 와서 씻기고 나니 애는 바로 잠들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미래기술 축제니 뭐니 해도 내일은 그냥 평범한 월요일일 텐데 말이다.

로봇 손잡이 꽉 쥐는 거 보니까, 아이가 진짜 미래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
로봇 구경하느라 지쳐서 그런가, 아이랑 흑점 관찰하는 건 좀 잊어버린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