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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키즈룸을 차려놓고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중이다

시작은 그저 공간 대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변에 괜찮은 공간이 없어서 시작했다. 대전 근처에 살면서 아이들 생일잔치나 모임 할 곳을 찾다 보면 결국 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키즈카페였다. 너무 시끄럽고, 음식 냄새 배고, 무엇보다 보호자가 쉴 틈이 없는 곳들. 그때 문득 무인 키즈룸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예약제니까 사람 붐빌 일 없고, 관리만 잘하면 꽤 괜찮은 수익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키즈카페 창업 카페 같은 곳을 둘러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덜컥 공간을 얻고 나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걸 며칠 만에 깨달았다.

모래놀이와 핀스크린이 주는 관리의 압박

인테리어 할 때 욕심을 부려서 모래놀이 카페 분위기를 좀 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하는 거 보면 확실히 좋아하긴 한다. 근데 이게 웬걸, 모래가 정말 사방팔방으로 튄다. 한 번은 예약자 퇴실하고 들어가 봤더니 입구까지 모래가 나와 있어서 한숨부터 나왔다. 청소기를 돌려도 끝이 없고, 핀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는 건데 금방 먼지가 뽀얗게 앉는다. 2시간 단위로 예약이 잡히는데, 앞 타임 끝나고 뒷 타임 들어오기 전까지 30분 정도 틈이 있다. 그때 빛의 속도로 청소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카페 창업을 고민할 때 이런 노동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생일잔치 예약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변수다

가끔 생일잔치 대관 문의가 들어온다. 보통 3시간 정도 빌리는데, 다들 외부 음식 반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흔쾌히 허락했는데, 파티 한번 하고 나면 정말 잔반이랑 쓰레기 처리가 보통 일이 아니다. 근처에 있는 우성유통 같은 곳에서 간식이나 비품을 도매로 떼어다 구비해두긴 하지만, 결국 쓰레기는 내 몫이다. 청년 창업 지원책이나 이런 거 알아볼 때는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면 끝인 줄 알았지, 이렇게 꼼꼼하게 뒤처리를 해야 할 줄은 몰랐다. 주말에는 거의 종일 매장을 오가며 상태를 체크하느라 제대로 쉰 적이 없다.

무인 매장이 주는 묘한 피로감

‘무인’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주인은 훨씬 더 자주 매장에 가야 한다. CCTV로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가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조명을 건드리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요즘은 공공형 키즈카페도 많이 생기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키즈베이파크 같은 곳도 늘어나서, 개인 창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비용 문제도 크다. 매달 나가는 월세에 공과금, 거기에 소모품까지 계산해보면 이게 남는 장사인가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예약이 꽉 찬 날에는 뿌듯함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 당장 내일 오전 예약 손님을 위해 오늘 밤에 또 청소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정말 이게 맞는 방향인지 가끔 멍하니 생각한다

지방 선거 공약으로 동네마다 공공 키즈카페를 확충하겠다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불안해진다. 정책적으로 공공 시설이 잘 갖춰지는 건 부모 입장에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개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실 잠재적인 경쟁자가 늘어나는 거니까. 창업 생태계니 뭐니 하는 거창한 말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나는 지금 청소기 먼지통을 비우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들어와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CCTV 너머로 들리면 조금 위안이 되기는 한다.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3시간 예약이 잡혔는데, 손님 나가고 나면 또 어떤 상태일지 벌써부터 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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