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기둥
이사 오기 전에는 몰랐다. 우리 집 거실 중앙에 자리 잡은 이 애매한 기둥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일 줄은. 처음에는 그냥 인테리어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액자를 걸어볼까, 식물을 놔둘까 고민했는데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거실을 뛰어다니는데, 기둥 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워 보이는 거다. 결국 아이의 안전을 위해 기둥 쿠션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해보니 1미터당 가격이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였는데, 생각보다 색상도 소재도 다양해서 고르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그냥 눈에 띄지 않게 벽지랑 비슷한 색으로 할지, 아니면 아예 아이가 좋아할 만한 밝은색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관리하기 편한 연그레이 색상으로 골랐다.
택배 박스 뜯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주문한 벽쿠션 매트가 도착했을 때 거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큼지막한 박스를 뜯어보니 특유의 화학 냄새가 훅 올라왔다. 베란다에 반나절 정도 내놓고 환기를 시켰는데도 방 안으로 들이니 냄새가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 보통 어린이집 매트 같은 건 며칠 지나면 빠진다고 하던데, 이 제품은 꽤 오래갔다. 설치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뒷면의 스티커를 떼어내고 기둥에 붙이기만 하면 끝인데, 문제는 기둥 면이 완벽하게 평평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살짝 굴곡이 있어서 그런지 접착력이 금방 약해졌다. 중간중간 뜨는 부분이 생기니까 아이가 손톱으로 그 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결국 다이소에서 투명 실리콘을 사다가 틈새를 메꾸는 작업을 추가로 해야 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 자꾸 늘어나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벤치 쿠션인지 벽 보호대인지
쿠션을 다 붙이고 나니 기둥이 뚱뚱해져서 거실이 좁아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안전을 위해서 한 건데, 집이 점점 키즈카페처럼 변해가는 기분이다. 태권도 학원에서나 보던 두툼한 매트를 집 거실에 붙여놓으니 인테리어는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가 기둥 쪽으로 뛰어갈 때마다 가슴 졸이던 일은 줄어들었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그 기둥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데, 이게 벤치 쿠션처럼 쓰이는 걸 보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예전에는 모서리 보호 쿠션만 작게 붙여놨었는데, 그때는 접착력이 너무 약해서 툭하면 떨어지곤 했다. 차라리 이렇게 기둥 전체를 감싸버리는 게 정신건강에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문제들
설치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나. 처음에는 기둥 쿠션 색깔이 집 분위기랑 너무 겉도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신경 쓰였는데,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사실 거실 한가운데 있는 기둥 자체가 예쁘게 인테리어하기에는 워낙 난감한 구조였으니까. 다만 아쉬운 건 이 매트 틈새에 끼는 먼지들이다.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매트 사이사이를 닦아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냥 벽지였으니까 쓱 훑고 지나가면 됐는데, 지금은 물걸레질을 할 때마다 매트 틈새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 할 불편함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기둥에 부딪힐 걱정이 없어지면 이걸 떼어낼 수 있을까 싶다. 접착제 자국이 심하게 남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렇다고 평생 붙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득 파네라이 시계처럼 튼튼한 구조를 가진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는데, 우리 집 이 벽쿠션은 시간이 갈수록 낡고 헤어지기만 할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당장 떼어버리기엔 또 아이가 쾅쾅 부딪히며 노는 걸 보니 멈칫하게 된다. 결국 내일도 나는 이 기둥 쿠션 위에 앉아 아이와 레고 놀이를 하겠지. 어쩌면 이게 그냥 지금 우리 집의 당연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큰 매트 붙인 거 보니, 아이가 놀 때 안전에 신경 쓰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기둥에 쿠션 붙이는 게 생각보다 공간 활용에 큰 영향을 주네요. 아이가 책 읽을 때 벤치처럼 활용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