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에서 마주한 고기 냄새의 무게
언젠가부터인가 막연하게 고깃집을 하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동네에서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적당히 소고기도 팔고 돼지고기도 파는 그런 평범한 곳 말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퇴근길에 왁자지껄한 식당 안을 보면 나도 저런 공간의 주인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 마장동 축산시장에 다녀왔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비릿하면서도 진한 고기 냄새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평소에 집에서 대충 구워 먹던 한우 세트 가격표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100g 단위로 적힌 숫자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지부터 계산하게 되더라. 단순히 맛있는 걸 파는 것과, 그걸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유지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시장통을 걷는 내내 체감했다.
섣부른 창업 고민이 가져온 현실적인 피로감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다리가 꽤 아팠다. 구경은 재밌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요즘 창업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인테리어는 대충 어느 정도 선에서 잡아야 하는지 검색도 해봤는데, 결과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어느 곳은 고기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디서는 브랜드 고깃집을 선택하는 게 초기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서 도매가로 고기를 떼어가는 식당 사장님들의 표정을 보니, 그분들에게 이건 그냥 ‘장사’가 아니라 매일매일 이어지는 지루한 전쟁 같았다. 30분 정도 시장 골목을 배회하다 보니 처음 가졌던 막연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괜히 힘들게 왜 이런 고민을 시작했나 싶었다.
집에서 해 먹는 소고기무국과 사 먹는 맛의 차이
집에 돌아와서는 냉장고를 열었다. 롯데웰푸드 같은 곳에서 나온 국탕류 제품을 몇 개 쟁여뒀던 게 생각나서 하나를 뜯었다.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이라는데, 집에서 내가 끓이면 왜 이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마장동에서 봤던 신선한 고기들을 떠올리며 괜히 식재료 탓을 해보지만, 사실 문제는 조리법에 있을 거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20분 정도 밑간을 해두는 정성조차 귀찮아하는 내가 과연 식당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잠실 근처에서 봤던 유명한 미역국 전문점이나 오뎅식당 같은 곳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누군가는 10년, 20년씩 한 메뉴를 파는데 나는 고작 오늘 저녁 반찬 하나 만드는 것도 이렇게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를 켜면 온통 맛집 탐방이나 식당 창업 성공담이다. 어떤 브랜드가 잘나간다더라,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고깃집이 뜨더라 하는 정보가 넘쳐난다. 사실 쏠비치 삼척 같은 곳에 있는 리뉴얼된 프리미엄 전문점 이야기를 보면 가보고 싶기도 하다. 깔끔한 공간에서 정갈하게 구워주는 고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니까. 하지만 막상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생각하면, 마케팅이니 브랜딩이니 하는 단어들이 나를 짓누른다. 시장에서 느꼈던 그 투박한 생동감과 인터넷상의 세련된 성공 사례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다. 그냥 오늘 저녁에 먹은 소고기무국이 조금 더 맛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막막함
결국 창업에 대한 답은 내리지 못했다. 고깃집을 차리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가끔 맛있는 곳 찾아가서 먹는 게 나은 건지, 그 경계선에 머물러 있다. 아마 조만간 또 마장동에 가거나, 아니면 그냥 조용히 회사를 다니며 평범하게 지낼 것 같다. 누군가는 당장 시작하라고, 혹은 철저히 준비해서 도전하라고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저 고기 냄새가 배어있는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며 느꼈던 그 허탈함이 더 선명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게, 단순히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금 확인한 날이다. 딱히 결론은 없지만, 이 고민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잊힐지 그게 조금 궁금하긴 하다.

국밥 냄새 맡고 생각해보니, 집에서 끓인 국이 왜 이렇게 맛이 안 나는지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