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부터가 이미 숙제였다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어디 갈 데 없나 싶어 뒤지다 보니 결국 워터룸이 눈에 들어오더라. 요즘 광명이나 대전 쪽 무인 키즈카페들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원하는 시간 잡기가 진짜 하늘의 별 따기다. 평소에 예약 앱 몇 개 깔아두고 들락날락하는데, 한 달 전부터 열리는 예약창을 깜빡하고 며칠 늦게 들어갔더니 이미 주말 황금 시간대는 다 나갔더라. 겨우 남은 게 평일 오후인데, 애들 하원하고 바로 가야 하는 빠듯한 시간이라 조금 고민했지만 일단 잡았다. 비용도 4시간 대관에 20만 원 중반대니까 저렴한 건 아닌데, 요즘은 키즈카페 몇 번만 가도 돈이 훌쩍 깨지니 그냥 퉁치기로 했다.
생각보다 짐 챙기는 게 일이더라
가기 전날부터 수영복이랑 방수 기저귀, 혹시 몰라 챙긴 여벌 옷이랑 간식까지 챙기는데 이게 웬만한 여행 짐 수준이다. 굳이 무인 키즈카페를 선택한 건 남 눈치 안 보고 우리끼리 놀고 싶어서였는데, 막상 가방 싸다 보니 그냥 집 근처 평범한 키즈카페나 갈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가서 뭘 해 먹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근처 광명사거리 쪽에서 간단하게 포장해 가기로 했다. 편의점 들러서 커피도 몇 개 사고 나니 벌써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도착해서 물 받는데만 한참 걸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쾌적하긴 한데, 무인이라 그런지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썰렁함이 좀 어색하더라. 수영장 물 받는 것부터 우리가 다 조작해야 하는데, 물이 채워지는 동안 애들은 벌써 신나서 난리고 나는 안내 문구 적힌 종이를 뚫어지게 읽고 있었다. 물 온도 맞추느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수영장 키즈카페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예전에 수원 쪽에서 가봤던 곳이랑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고. 물 깊이도 적당해서 어린애들 놀기엔 나쁘지 않은데, 어른이 옆에서 계속 붙어 있어야 하니까 사실상 쉬는 건 불가능하다.
물놀이 뒤처리가 제일 귀찮아
4시간이 짧을 줄 알았는데, 막상 물놀이 한참 하고 씻기고 간식 먹이고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애들은 더 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인데 퇴실 시간은 다가오고, 무엇보다 젖은 수영복이랑 수건들 챙겨서 정리하는 게 정말 일이다. 무인이니까 뒷정리도 우리가 깔끔하게 하고 나와야 해서 청소기 돌리고 쓰레기 봉투 묶어서 나오는데, 아까 냈던 대관료 외에 내 노동력이 더 들어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이게 쉬러 온 건지 노동하러 온 건지 잠시 현타가 왔다.
다음에 또 갈지는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애들은 곯아떨어졌고, 나는 운전하면서 오늘 쓴 돈이랑 체력을 생각했다. 집 인테리어도 신경 쓰고 수경시설 관리도 힘들었을 텐데, 이런 공간 만드는 사장님들은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집에서 놀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다음엔 굳이 멀리까지 찾아가지 말고 집 근처 작은 놀이터나 가야지 싶다가도, 또 주말만 되면 예약 사이트를 뒤적거릴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딱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저도 아이들 데리고 물놀이 장소 찾을 때 짐 싸는 게 너무 부담돼요. 특히 물에 젖을 수 있는 건 신경 쓰이는 게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