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 좁아터지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지난달에 아이가 하도 키즈카페에 있는 실내정글짐을 노래를 불러서, 그냥 집에서도 좀 에너지를 빼주면 낫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미끄럼틀이랑 작은 철봉을 들였다. 미끄럼틀은 대충 15만 원 정도 주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가져왔는데, 이게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거실 소파 바로 앞까지 튀어나와 버렸다.
집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플라스틱 덩어리
처음 설치하고 나서는 아이가 신나서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원래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노트북을 할 때 앉던 공간이 완전히 잠식당했다. 미끄럼틀 끝에 달린 농구골대에 공을 던지며 노는데, 거실 벽지가 이미 여러 번 공에 맞아서 엉망이 됐다. 층간소음 때문에 매트를 두 겹으로 깔아놨지만, 철봉에 매달렸다가 발로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는 매트로도 해결이 안 된다. 아래층 이웃분이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 아이가 뛸 때마다 내가 더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게 무슨 평온한 주말인가 싶다.
철봉 설치가 가져온 예상치 못한 멍 자국
철봉은 사실 벽에 박는 방식이 아니라 문틀에 끼우는 형태인데, 이게 설치할 때마다 높이를 조절해야 해서 은근히 번거롭다. 처음엔 아이 키에 맞춰 낮게 달아줬는데, 아이가 매달리다가 손을 놓치고 거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일이 허다하다. 어제는 무릎에 큰 멍이 들었길래 괜히 설치했나 싶어 떼어낼까 하다가, 아이가 울면서 다시 달아달라고 매달리니 결국 그대로 두기로 했다. 사실 나도 가끔 지나가다 철봉에 머리를 박는데,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왜 이걸 방치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무의미한 실내놀이
날씨가 좋을 때는 나가서 놀면 그만인데, 요즘 주말마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실내에 갇혀 지낸다. 주말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아이가 미끄럼틀을 100번 정도 타면 나는 옆에서 멍하니 앉아 커피를 마신다. 사실 키즈카페에 가면 입장료로 2만 원은 우습게 깨지는데, 집에 들여놓으니 돈은 굳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키즈카페 가면 거기선 2시간 꽉 채워서 놀고 오면 뻗어버리는데, 집에서는 왜인지 더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다. 오히려 밤에 잠을 안 자서 더 피곤하다.
관리 안 되는 정글짐의 현실
유치원 놀이터나 큰 실내놀이터 가면 관리인들이 수시로 닦고 정리하는데, 집은 그렇지 않다. 미끄럼틀 구석에 먼지가 쌓이는 걸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물티슈로 닦아도 닦아도 어디선가 머리카락이 나오고, 아이가 과자를 먹다가 흘린 부스러기가 미끄럼틀 틈새에 끼어 있다. 이걸 다 분해해서 청소하려면 반나절은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거대한 빨래 건조대로 전락해버린 느낌도 든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없다
다음 주에는 철봉을 좀 더 높은 위치로 옮겨볼까 싶기도 하다. 아이가 이제 제법 키가 커서 낮게 매달려 있는 게 불편해 보인다. 근데 그렇게 높이면 또 층간소음 걱정이 배가 될 것 같고. 그냥 당분간은 이대로 두고 지낼 생각이다. 애가 더 크면 다 헐어버리고 책상으로 바꿔줘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오늘 저녁에 아이가 깔깔대며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또 당장 치우기도 뭐하다. 이 애매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거실이 조금 더 좁아지는 걸 감수하고 지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끄럼틀 때문에 벽지가 엉망이 돼서 공감되네요. 저도 아이들 장난감 때문에 집이 조금씩 잠식당하는 느낌이라 비슷한 생각을 하거든요.
어휴,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걸 보면 그 덩어리도 꽤 큰 문제였네요. 특히 엉덩방아는 엄마 마음도 아파요.
미끄럼틀 때문에 벽지 훼손이 심하네요. 아이가 놀기에 좋은 건데, 공간 활용 측면에서 정말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미끄럼틀 타는 거 너무 활발하네요. 저도 아이 키 보느라 틈틈이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