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들이 놀러 온다길래 시작한 거실 구조 변경
지난달에 용인 기흥구에 있는 사촌 형 집에 갔다가 근처에 새로 생긴 대형 주니어카페에 들른 적이 있었다. 거기서 조카들이 서너 시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뛰어노는 걸 보면서, 문득 우리 집 거실도 조금만 손보면 어린이놀이방 비슷하게 꾸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 없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가오는 주말에 조카들이 우리 집에서 이틀 동안 묵고 가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이참에 거실을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 공간으로 바꿔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인터넷으로 관련 용품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벌써 일이 꼬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충 매트 좀 깔고 쿠션 몇 개 두면 되겠지 싶었던 단순한 계획은 용품 종류를 알아보면서 점점 판이 커져 버렸다.
유아바닥매트랑 벽보호대 고를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예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닥이었다. 아파트 거실이다 보니 아래층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층간소음매트 설치가 필수적이었다. 전문 시공 업체를 알아보니 우리 집 30평대 거실과 복도 일부를 시공하는 데 최소 10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까지 비용이 나온다고 하더라. 단 이틀 조카들이 놀러 오는 것치고는 너무 과한 지출 같아서, 결국 타협안으로 셀프 시공이 가능한 유아바닥매트를 직접 주문하기로 했다. 롤 매트 타입과 TPU 퍼즐 매트 중에서 고민하다가 비교적 재단이 쉬워 보이는 두꺼운 롤 매트를 골랐는데, 이것도 쓸 만한 브랜드로 사려니 30만 원 정도가 훌쩍 깨졌다. 배송받는 데만 꼬박 나흘이 걸렸고, 거실 구석구석 칼로 오려가며 까는 작업에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기에 모퉁이나 단단한 가구 모서리에 붙일 벽보호대와 폭신한 유아쿠션 몇 개를 추가로 구매하고 나니, 이미 지갑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상태였다.
정글짐미끄럼틀과 키즈라이더를 포기하게 만든 치수 계산
바닥을 깔고 나니 욕심이 더 생겼다. 주니어카페에서 조카들이 가장 좋아했던 정글짐미끄럼틀을 거실 한편에 놓아두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인터넷에 가정용 소형 정글짐미끄럼틀을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크기가 나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 집 거실 크기와 베란다 쪽 대피 공간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문 앞 공간의 동선을 계산해 보니 도무지 각이 나오지 않았다. 가정용이라고 해도 가로세로 부피가 상당해서 그걸 설치하면 소파를 아예 치워야 하거나 거실 창문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흔들거리는 말 형태의 키즈라이더 같은 소형 탈것 장난감도 알아봤지만, 거실 한가운데 놓아두면 조카들이 타다가 매트 경계선 밖으로 튕겨 나갈 것 같아 위험해 보였다. 결국 공간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대형 놀이기구 설치는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모래놀이장과 물놀이기구 대신 욕실을 쓰기로 타협한 결과
그다음으로 고민했던 건 촉감 놀이 공간이었다. 조카들이 키즈카페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모래놀이장과 물놀이기구가 있는 구역이었는데, 이걸 일반 가정집 거실에 구현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내용 무독성 모래를 사서 커다란 튜브 욕조에 넣어줄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거실 구석구석에 흩날릴 모래 먼지와 발가락 사이에 껴서 온 집안을 굴러다닐 알갱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물놀이기구 역시 베란다에서 살짝 해볼까 싶었지만 날씨가 쌀쌀하기도 했고 배수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결국 타협한 게 안방 욕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물총이나 몇 개 넣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타협하고 나니 괜히 거실에 유아쿠션이니 뭐니 잔뜩 사다 놓은 게 무색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사흘 만에 다시 원래대로 치우는 과정
조카들은 왔다 갔고, 거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틀 동안 아이들이 뛰노는 동안에는 층간소음매트 덕을 톡톡히 보긴 했다. 적어도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울릴까 봐 가슴 졸이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조카들이 돌아간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롤 매트 사이사이에 흘려진 과자 부스러기와 음료수 자국을 닦으려고 매트를 한 장씩 걷어내는데, 매트 밑바닥과 마룻바닥 사이에 갇혀 있던 미세한 습기와 먼지 냄새가 훅 올라왔다. 결국 깔아두었던 유아바닥매트를 전부 다시 걷어내서 베란다에 세워두고 거실 바닥을 몇 번이나 닦아내야 했다. 모서리마다 단단하게 붙여놓았던 벽보호대를 떼어내는 것도 일이었다. 끈적거리는 양면테이프 자국이 가구 모퉁이에 그대로 남아버려 손톱으로 긁어내다 포기했다.
아직도 다 떼지 못한 접착제 자국을 보며 드는 생각
거실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고 나니, 거실 한구석에 쌓아둔 롤 매트 더미와 떼어낸 벽보호대 쓰레기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 고생을 할 바에는 그냥 조카들이 올 때마다 하루에 2만 원 안팎 하는 동네 주니어카페에 데리고 가서 실컷 놀게 하고 오는 게 비용으로나 체력으로나 훨씬 이득이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굳이 집안을 어설픈 어린이놀이방처럼 만들겠다고 시간 쓰고 돈 쓰며 사서 고생을 한 셈이다. 아직도 거실 벽면 실크 벽지 끝부분과 수납장 모서리에는 끈적한 양면테이프 잔해물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다. 이걸 다이소에서 스티커 제거제라도 사 와서 지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다가 나중에 도배를 새로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결국 집은 그냥 편하게 쉬는 공간으로 놔두는 게 제일이라는 교훈 아닌 후회만 남았다.

정글짐 생각 완전 공감해요! 저희도 비슷한 고민했는데, 공간 때문에 결국 다른 놀이방으로 방향을 틀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