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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 창업 알아보다가 대출 상담만 세 시간 넘게 받고 온 날

동네에 오래된 상가가 하나 있는데, 거기가 요즘 들어 자꾸 비어 나가는 게 눈에 띄었다. 가끔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여기 키즈카페 하나 있으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애들 데리고 갈 만한 곳이 정말 마땅치 않으니까. 애 엄마들끼리 모여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애들 풀어놓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공간 말이다. 그래서 지난주에 큰맘 먹고 유명한 프랜차이즈 몇 군데에 문의를 넣어봤다. 상담실에 앉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랑은 좀 달랐다. 인테리어니 뭐니 하는 말보다는 어떻게 돈을 융통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길었다.

대출이랑 창업 자금 생각보다 복잡하더라

상담사분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온통 대출뿐이었다. 내가 처음에 물어본 건 ‘이 동네 상권이 괜찮을까요?’였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어느 은행 프랜차이즈론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내 돈 조금 보태고 대출 좀 받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문턱이 높았다. 창업 비용으로 수천만 원, 아니 일억 단위가 우습게 왔다 갔다 하는데, 그중 상당 부분을 대출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피부로 느껴졌다. 수원에서 열리는 창업 설명회 같은 것도 종종 있다던데, 그런 데 가서 물어봐도 결국엔 대출 연계 시스템이나 가맹 본부의 금융 지원책 이야기부터 나오겠지 싶으니 피로감이 먼저 몰려왔다.

메디칼론이니 카드 매출 대출이니 생소한 단어들

나는 그냥 적당히 아담한 키즈카페를 생각했는데, 브랜드마다 대출을 받는 경로가 다 달랐다. 카드 매출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이걸 설명 듣고 있으니 내가 가게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대출 상품을 고르러 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다른 분은 호텔 담보 대출이나 공장 대출까지 알아보는 것 같던데, 나는 고작 애들 놀이터 하나 만들려다 이렇게까지 거창한 금융 지식을 쌓아야 하나 싶었다. 요즘은 원재료값도 오르고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줄인상이라던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큰 빚을 내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꼬리를 물었다. 상담받는 내내 ‘내가 진짜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만 머릿속으로 수십 번 반복했다.

상권 분석보다 중요한 건 역시 자본인가 싶고

사실 키즈카페가 요즘은 치킨 브랜드 순위 따지듯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심한 업종이라 들었다. 예전처럼 그냥 놀이시설 몇 개 갖다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무슨 시스템이다 뭐다 해서 돈 들어갈 구석이 너무 많다. 상담사분은 나름대로 친절하게 최대 2억 원까지 한도가 나온다며 우리은행 같은 곳과 연계된 프랜차이즈론을 강조하셨지만, 내 귀에는 그냥 갚아야 할 이자 소리로만 들렸다. 2억이라니. 지금 당장 내 손에 쥐어진 돈이 천만 원 단위인데, 갑자기 억 단위의 대출을 운운하니까 갑자기 세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냥 한번 물어보기만 한 건데 왜 이렇게 진이 빠지는지

세 시간 가까이 상담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날씨가 왜 이렇게 맑은지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예쁘게 꾸밀까’ 같은 행복한 고민만 했는데, 지금은 ‘금리가 몇 프로일까’를 걱정하고 있다. 길을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가게들마다 이제는 사장님들의 사정이 먼저 보인다. ‘저기 사장님은 창업할 때 대출 얼마나 받았을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사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복잡한 대출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벌써부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만 봤다. 창업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다들 똑같은 고민을 하던데, 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용기를 내서 시작하는 걸까. 왠지 나는 이 숙제를 평생 풀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만 안고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아이가 그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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