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갑자기 고기집 오픈을 고민하게 된 이상한 주말

주말에 코엑스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 그냥 재미 삼아 구경을 갔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그냥 좀 시원한 데서 시간을 때우다가 맛있는 점심이나 먹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꽤 진지해서 놀랐다. 다들 팸플릿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상담 테이블에 앉아 계신 걸 보니 나만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왔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발길이 멈춘 곳이 담가화로구이라는 브랜드였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괜히 궁금해져서 상담받는 사람들 뒤편에 어정쩡하게 서서 귀를 기울여봤다.

1차 주문 할인이 뭐라고 발길을 붙잡나

거기서 들은 내용이 참 흥미로웠다. 첫 주문 시 17% 이상 할인해주고 추가 주문하면 50%를 깎아준단다. 고객 입장에선 솔깃할 만한 전략인 건 알겠는데, 이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어떨지 사실 좀 감이 안 왔다. 고깃집 운영이라는 게 안 그래도 고기 손질하고 숯 관리하고 사람 쓰고 할 일이 태산인데, 할인 정책까지 복잡하게 얽히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좀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옆에서 듣다가 혼자 걱정이 됐다. 물론 본사에서 고기를 다 손질해서 보내준다니 로스는 좀 줄겠지만, 사람이 매일매일 반복하는 일이라는 게 사실 시스템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본사가 PPL 비용을 다 낸다는 말의 무게

브랜드 설명하시는 분이 ‘2026 한일가왕전’에 PPL을 진행하는데 비용을 본사가 전액 부담한다는 말을 강조하더라.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솔직히 마케팅 비용이 고정지출로 나가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기에 귀가 솔깃하긴 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중에 가맹비나 다른 쪽에서 챙기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너무 일찍 배운 탓일까. 그래도 요즘처럼 다들 힘들다는 시기에 이런 식의 마케팅 지원을 한다는 게 마냥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고기 굽는 냄새와 현실 사이의 괴리

박람회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괜히 며칠 전 친구랑 갔던 고기집 생각이 났다. 1인분에 1만 5천 원 정도 하던 곳이었는데, 그때 서비스가 좀 느려서 친구랑 ‘이거 우리도 하겠다’며 농담을 던졌던 게 떠올랐다. 막상 창업 관련해서 이런저런 시스템 설명을 듣고 나니, 단순히 고기 굽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물류 혁신이니 유기농 쌀누룩 숙성이니 하는 말들이 팸플릿에는 그럴듯하게 적혀 있었지만, 내 눈엔 매일 아침 들어오는 고기 박스를 정리하고 석쇠를 닦아낼 누군가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사실 그게 제일 큰 현실일 텐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묘한 찝찝함

박람회를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창업대출이나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런 디테일들을 이미 다 계산하고 있겠지. 나는 그저 배가 고파서 근처 식당 간판을 보며 ‘저긴 장사가 잘되나?’ 하는 정도의 고민만 하고 있는데, 너무 거창한 주제에 발을 담그려 한 건 아닌지 스스로가 좀 우스웠다. 그래도 오늘 본 그 50% 추가 할인 정책은, 다음에 진짜 고기 먹으러 가서 메뉴판 볼 때마다 떠오를 것 같다. 그게 정말 남는 장사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저녁은 그냥 집에서 냉동 삼겹살이나 구워 먹어야겠다.

“갑자기 고기집 오픈을 고민하게 된 이상한 주말”에 대한 4개의 생각

  1. 발길이 멈춘 담가화로구이, 꼼꼼한 상담 들으면서 진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보니 좀 부끄러웠어요. 특히 물류 혁신 이야기 들으니까 더 신기하더라구요.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