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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들인 대형 미끄럼틀이 가져온 의외의 피로감

거실의 절반을 차지해버린 그 물건

아이들이 하도 키즈카페를 가고 싶어 해서, 결국 결심하고 거실 한복판에 가정용 대형 미끄럼틀을 들였다. 처음에는 ‘이제 굳이 멀리 안 나가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뿐이었다. 예전에 갔던 스퀘어원 근처의 놀이터에서 아이가 미끄럼틀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였을까. 인터넷에서 사이즈를 재보고 대충 들어갈 만하겠다 싶어서 주문했는데, 막상 택배 박스를 뜯어보니 부피가 상상을 초월했다. 조립하는 데만 성인 둘이 붙어서 꼬박 2시간이 걸렸다. 나사 하나하나 조이는데 손목이 다 아플 지경이었고, 설명서는 왜 이렇게 불친절한지. 거실 소파 위치까지 옮겨가며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설치하고 나니 거실이 아니라 무슨 실내 놀이터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탄성 매트와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사실 진짜 고민은 미끄럼틀 그 자체보다 밑에 깔 매트였다. 그냥 집에 있는 폴더 매트를 쓰려니 미끄럼틀이 자꾸 밀리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결국 아파트 아래층 눈치가 보여서 급하게 탄성 고무 매트를 추가로 구매했다. 가격도 생각보다 꽤 나가서 거의 20만 원 가까이 썼는데, 이게 또 청소할 때마다 문제다. 매트 틈새로 아이들 과자 부스러기가 들어가면 청소기로도 잘 안 빨려 들어온다. 가끔은 ‘그냥 키즈카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돈 내고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거실에서 미끄럼틀 타는 소리가 은근히 울려서 아래층에서 올라오지는 않을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의외로 빨리 식어버린 아이들의 흥미

설치하고 첫날은 정말 좋아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서른 번은 넘게 탄 것 같다. 그런데 딱 일주일이 지나니까 미끄럼틀은 그냥 ‘빨래 건조대’ 혹은 ‘인형 창고’가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미끄럼틀 위에다가 대형 인조나무 장식 같은 걸 올려두고 기지 놀이를 한다. 처음에는 미끄럼틀로 쓰라고 산 건데, 이제는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셈이다. 때로는 유아전동차를 그 옆에 세워두기도 하는데, 거실이 온통 장난감으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전에는 거실이 깔끔해서 나름의 만족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무질서함 그 자체다. 그렇다고 이걸 다시 분해해서 중고로 팔자니 그 조립하던 고생이 떠올라서 엄두가 안 난다.

청소와 관리가 주는 예기치 않은 불편함

미끄럼틀 표면 재질이 관리가 까다롭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정전기가 많이 생기는 소재라 먼지가 정말 잘 붙는다. 물걸레로 매일 닦아주지 않으면 금방 뿌옇게 변한다. 이게 키즈카페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다. 상업 시설에서는 직원들이 계속 관리해주니까 깨끗해 보였던 거지, 집에서 개인이 관리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가끔은 플라스틱 표면이 닳아서 거칠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사포질을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 작은 불편함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놀이 기구가 아니라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결되지 않는 공간 활용의 딜레마

결국 이 커다란 구조물을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친구가 놀러 와서 ‘너네 집 키즈카페 같다’고 웃으며 말하는데, 나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아이가 커서 이제 더 이상 미끄럼틀을 안 타게 될 때까지 이 거대한 덩어리를 거실에 계속 두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큰 걸 거실에 두고 잘 사는지 모르겠다. 혹시 나만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건지, 아니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그냥 참고 사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아마 조만간 당근마켓에 올릴지, 아니면 아이가 더 클 때까지 일단 그냥 버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오늘 저녁에도 아이는 미끄럼틀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걸 치우지도 못하고 그 옆에서 나는 조용히 폰만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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