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거실 벽과 안전 가드
아이들이 거실에서 좀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벽 모서리가 내내 신경 쓰였다. 처음에는 그냥 조심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이 놈들이 내 말을 듣나. 뛰다가 기둥 모서리에 머리를 찧는 걸 딱 한 번 보고 나니까 가슴이 철렁해서 바로 인터넷을 뒤졌다. 어린이집 벽쿠션이니 코너가드니 이것저것 많이도 나오더라. 고민하다가 결국 적당해 보이는 15,000원짜리 두툼한 쿠션 가드를 몇 개 샀다. 배송 온 박스를 뜯어보니 생각보다 더 두툼하고 푹신해서 안심이 됐다. 그런데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붙이는 게 생각보다 너무 까다로웠다.
셀프 시공의 현실적인 어려움
거실 기둥이 예쁜 흰색이라 거기다 양면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는 게 좀 꺼려졌다. 그래도 아이가 다치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서 설명서대로 붙이려는데, 기둥이 완벽한 직선이 아닌 건지 자꾸 쿠션이 한쪽으로 쏠렸다. 낑낑대며 다시 떼었다 붙이기를 서너 번 반복하니까, 처음에 기대했던 말끔한 거실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쿠션 뒤에 붙은 양면테이프 자국은 벌써 기둥 벽지에 달라붙어서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안전인가 싶어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냥 한숨만 푹 나왔다. 애들은 옆에서 ‘이거 뭐야?’ 하면서 이미 가드를 잡아당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타협하게 된 오늘의 결과
한 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기둥 네 곳을 다 두르고 나니, 거실이 무슨 푹신한 요새가 된 것 같았다. 처음에 거실 분위기 살리겠다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허무해졌다. 깔끔함은 포기한 지 오래다. 그래도 일단 머리를 박아도 아프지는 않겠구나 싶으니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이게 진짜 괜찮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이렇게 덕지덕지 붙여놓은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룸 쿠시노 같은 패밀리 침대도 나중에 알아봤는데, 애초에 가구가 다 쿠션으로 덮여 나오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내 손으로 직접 붙인 건 아무래도 조잡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의외로 거슬리는 사소한 부분들
설치를 다 끝내고 나니까 이제는 모서리 보호대 색깔이 벽지랑 미묘하게 다르다는 게 계속 눈에 밟힌다. 낮에 햇빛 들어올 때 보면 색깔 차이가 더 극명해서 자꾸 시선이 간다. 처음에는 그냥 싼 맛에 골랐는데, 좀 더 비싼 걸 샀으면 뭐가 달랐을까? 아니면 그냥 냅두고 아이가 알아서 조심하게 키웠어야 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보고는 ‘애들 안 다치면 됐지’라고 웃는데, 나는 왜 이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는지 모르겠다. 주차장에서나 볼 법한 주차입간판 보호대보다는 훨씬 낫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들
이 안전 가드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겠다. 애들이 좀 더 크면 이걸 잡아 뜯지 않을까? 혹은 이 양면테이프가 나중에 벽지를 다 뜯어먹고 떨어지지는 않을까? 생각할수록 불안한 요소만 늘어난다. 사실 아이 키우면서 100% 안전한 환경이라는 게 애초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안심하자고 생활의 불편함과 미관상의 손해를 감수하는 게 육아의 과정인가 싶다. 다음에 또 이런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깔끔하게 시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이렇게 땀범벅이 되어서 후회하고 있을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지금은 그냥 애들이 오늘 밤에 여기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벽지랑 색깔이 좀 다른 거 계속 눈에 띄는 게 웃기네요. 제가 작은 그림 같은 패턴 벽지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애들이 벽에 부딪히지 않아서 다행이네. 15,000원짜리 쿠션 가드가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는 후기들을 보면, 섣불리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