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부평의 멀티방
지난 주말에 날이 너무 더워서 도저히 밖을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났다. 남편이랑 어디라도 들어가서 에어컨 쐬면서 시간을 좀 때워야겠는데,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길을 걷다 눈에 띈 게 멀티방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친구들이랑 종종 가던 곳인데, 나이가 좀 들고 나서는 발길이 잘 안 닿던 곳이다. 그냥 적당히 시원하고 누워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들어가게 된 건데,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닫힌 문 뒤의 애매한 공간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밀폐된 느낌이었다. 룸마다 잠금장치가 있고, 안에는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시간당 1만 5천 원 정도를 냈던 것 같은데, 사실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도 볼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다고 해서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는데, 화면은 자꾸 렉이 걸리고 조작법도 옛날보다 복잡해진 것 같아서 그냥 켜두기만 했다. 불을 끄니까 너무 어두워서 왠지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괜히 신경이 쓰여서 온전히 쉬지도 못했다.
뉴스에서 본 단속 이야기가 떠오르고
앉아 있다 보니 문득 경기도 특사경이 여름방학 때 룸카페나 멀티방을 집중 단속한다는 뉴스를 봤던 게 생각났다. 청소년 보호법 위반이니 뭐니 하는 내용이었는데, 굳이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으면서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실제로 내가 들어간 곳은 어른들이 가는 분위기였지만, 뉴스 기사에서 본 것처럼 밀폐된 구조라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요즘은 구월동 파티룸 같은 곳도 많고, 차라리 스터디룸을 빌리는 게 더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만족감
한두 시간쯤 지나니 이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처음에는 에어컨이 빵빵해서 좋았는데, 막상 갇혀 있는 느낌이 드니 답답함이 더 컸다. 아이랑 같이 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도 있다고는 하던데, 솔직히 나는 아이 데리고 올 만한 곳인가 싶었다. 위생 상태도 미묘하게 신경 쓰이고, 방 안에 있는 쿠션이 언제 마지막으로 세탁됐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못 보고 나와 버렸다.
굳이 다시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부평역 근처에서 밥 먹고 배가 부른 상태로 들어갔던 건데, 그냥 근처 카페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나 싶다. 시원한 건 확실했는데, 그만큼 얻은 피로감이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나오면서 보니 입구에 붙어 있는 전단지랑 각종 안내 문구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다음에는 그냥 맘 편하게 좀 비싸더라도 개방된 공간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멀티방이라는 공간은 참 정의하기가 어렵다.

저도 어릴 때 친구들이랑 자주 갔었는데, 뉴스 보니까 뭔가 씁쓸하네요. 시설이 좀 낡았는지 깨끗한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
쿠션이 언제 세탁됐는지 궁금해지는 건 정말 공감돼요. 저는 비슷한 경험 때문에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답니다.
쿠션은 정말 찝찝하더라구요. 영화 보려고 갔는데, 오히려 불편함이 더 커졌네 싶어요.
경우에 따라 그런 단속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룸카페 자체가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