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통장에 조금씩 모아둔 돈이 목표치에 딱 맞춰지면서,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고기집 창업에 슬슬 발을 들여볼까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직장 생활이 너무 지루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요즘 고기집이 그나마 낫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너무 많이 들은 탓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고기굽는방앗간’부터 시작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수십 개의 체인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메뉴 고르다가 결정장애가 왔다
처음엔 무조건 삼겹살이나 냉삼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회전율도 빠르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찾는 메뉴니까. 그런데 파고들수록 머리가 아팠다. 육장갈비처럼 양념 위주로 가는 게 나을지, 아니면 진대감의 자매 브랜드라는 제주화로집처럼 조금 더 차별화된 컨셉을 가져가는 게 좋을지 매일 밤마다 비교만 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처럼 처음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한테는 ‘원가 관리’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고기 떼오는 비용부터 인건비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수익이 생각보다 안 나겠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깨곤 했다.
상담 한 번 받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
며칠 전에는 꽤 유명하다는 프랜차이즈 본사 담당자랑 통화를 했다. 신규 창업이랑 업종 변경 중 뭐가 유리한지 물어보려고 했던 건데, 대화하다 보니 본사에서 말하는 ‘지원’이라는 게 결국 내가 내야 할 돈에 비례하더라. 입지 조건이나 매장 평수를 말할 때마다 수천만 원 단위가 오가는데, 이게 정말 내 돈을 벌어다 줄 투자처인지 아니면 그냥 본사 배만 불려주는 건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대략 창업 비용이 1억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내 전 재산을 여기에 털어 넣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닭갈비 밀키트와 냉삼 사이의 괴리
잠깐 딴생각을 하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닭갈비 밀키트 같은 걸 먼저 온라인으로 팔아보면서 감을 익히는 게 나을까 싶었다. 실제로 온라인 창업 관련 커뮤니티를 보니 고기집 직접 차리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또 주변에 새로 생긴 곱창 프랜차이즈나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소고기 체인점들을 보면 마음이 또 흔들린다. 사람 북적이는 매장을 보면 ‘나도 저렇게 북적이는 가게 사장이 되면 어떨까’ 하는 낭만이 생기는 거다. 근데 막상 주방에서 고기 굽는 냄새에 절어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 또 금세 시무룩해진다.
무엇을 결정해야 할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어제는 동네에 있는 ‘마장동 고기집’ 같은 곳에 가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었다. 가격대가 저렴해서 그런지 손님이 꽤 많았는데, 직원들이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내가 저걸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사람 쓰는 문제랑 고기 품질 관리 같은 건 내 몫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20년 업력의 노하우가 있다는 브랜드를 봐도, 그 노하우가 과연 내 매장에도 똑같이 적용될지 의문이다. 지금은 그냥 돈을 조금 더 모으면서 틈틈이 가게 구경이나 더 다녀볼 생각이다. 아직은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무작정 시작했다가 발만 뺄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매일 퇴근길에 보는 고기집 간판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훨씬 더 복잡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마장동 고기집 생각나네요. 혼자 먹는 모습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주화로집처럼 좀 더 차별화된 컨셉 고민하는 것도 좋겠어요.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제일 중요할 텐데,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