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서울형 키즈카페 스틸 슬라이드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순간들

지난주 주말, 아이들 등쌀에 밀려 동네에 새로 생겼다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다녀왔다. 집 근처 아파트 단지 내 놀이방이나 작은 시설만 다니다가 조금 규모 있는 곳으로 가려니 예약부터가 전쟁이었다. 홈페이지 들어가서 몇 번을 새로고침 했는지 모르겠다. 2시간 이용에 아이 한 명당 5천 원이었는데, 가격은 확실히 사설 키즈카페보다 저렴해서 마음은 편했다. 도착해서 보니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들어가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예약 확인하고 결제하고 신발 보관하고 나니 이미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미끄럼틀 아래서 아이를 기다리며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형 스틸 슬라이드였다. 예전에 보던 플라스틱 미끄럼틀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표면이 차갑고 매끄러워서인지 아이들이 내려올 때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도 처음엔 겁을 먹더니 한 번 내려오고 나서는 재미가 붙었는지 계속 거길 올랐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나처럼 서서 기다리는 부모들이 꽤 많았다. 다들 손에는 휴대폰 하나씩 들고 멍하니 슬라이드 끝부분만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가끔 아이가 너무 빠르게 내려오다가 발이 바닥에 걸려 휘청거리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이게 안전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 걱정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좁은 복도와 안전한 탈출구 확인

시설 중간에 비상탈출구 표시가 붙어 있는 복도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공간이 생각보다 좁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안내도를 꼼꼼히 보지는 못했는데, 문득 ‘만약에 사람이 몰리면 저 피난계단 쪽으로 제대로 갈 수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인형뽑기 기계들이 벽면에 쭉 늘어서 있는 통로는 사람이 두 명만 지나가도 꽉 찼다. 괜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어딜 가든 입구부터 확인하게 된다. 특히 이렇게 복잡한 곳은 더 그렇다. 그래도 시설 관리하는 분들이 중간중간 계속 돌면서 상태를 살피는 게 보여서 아주 잠깐 마음을 놓았다.

트램블린 위에서 쏟아지는 에너지

키즈카페의 꽃은 역시 트램블린이다. 여기는 꽤 넓게 빠져 있어서 아이들이 몰려도 부딪힐 염려가 덜해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높이 뛰니까 가끔 벽면으로 튕겨 나갈 것 같아 불안했다. 옆에 있던 다른 엄마랑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요?’ 하며 눈빛을 교환했는데, 그 엄마도 딱히 대답은 없었다. 그냥 서로 웃으며 한숨 쉬는 정도였다. 스틸 소재라 차가운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는지 트램블린 주변은 꽤 서늘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아이들한테는 오히려 나은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시는 안 올 것 같으면서도

2시간 이용이 끝나갈 무렵,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입구에 있는 작은 간이매점에서 뭘 사달라고 떼를 써서 결국 아이스크림 하나를 쥐여줬다. 사설 키즈카페처럼 음식을 파는 곳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 끝내고 나오니까 오후 4시쯤 됐나.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거실 바닥에 뻗어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로 소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다음 주엔 그냥 집 근처 공원이나 갈까’ 싶다가도, 또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이 생각나면 다시 예약창을 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매주 오는 건 체력이 안 될 것 같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설은 깨끗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던 것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냥 피곤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데는 왜 항상 갈 때는 설레고 올 때는 이렇게 지치는지 모르겠다.

“서울형 키즈카페 스틸 슬라이드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순간들”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