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아이랑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근처 공원이나 아파트 놀이터면 충분했는데, 아이가 조금 크니까 이제 웬만한 미끄럼틀이나 흔들 목마 정도로는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지난주에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키즈카페를 다녀왔다. 이름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대충 시흥 에어바운스 검색해서 가까운 곳으로 차를 몰았다. 요즘 키즈카페는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 그냥 볼풀장이나 블럭매트 깔려있는 수준이 아니라 무슨 실내 익스트림 스포츠 센터처럼 꾸며놓은 곳이 많더라.
너무 넓어서 오히려 불안했던 오후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눈이 뒤집혀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입구에서 결제할 때 기본 요금이 2시간에 2만 원 중반대였는데,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기도 했고 웬만한 카페 커피값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시설이 너무 크다는 거였다. 늑목을 타고 올라가서 구름다리를 건너고, 내려와서 다시 탄성고무칩이 깔린 바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쫓아다니느라 진이 다 빠졌다. 아이는 신나서 에어바운스 위에서 방방 뛰는데 나는 구석에 서서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며 노심초사했다. 쾌적한 환경은 좋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너무 넓은 것도 피곤한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관리 상태와 묘한 찝찝함
시설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예전에 봤던 관리 잘 된 공원이나 도심 속 녹색 쉼터랑은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청소는 하시겠지만, 워낙 아이들이 많다 보니 블럭매트 틈새에 낀 먼지나 볼풀장의 공들 상태가 조금 신경 쓰였다. 아이가 얼굴을 볼풀에 파묻고 노는데, ‘이 공들은 마지막으로 언제 소독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건 알면서도, 돈 내고 들어온 공간인데 이런 사소한 지점이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인가 보다.
생각보다 금방 시들해지는 마음
2시간 이용권을 끊었는데, 아이는 딱 1시간 20분 정도 지나니까 이제 집에 가자고 하더라. 의외였다. 비싼 돈 주고 들어와서 뽕을 뽑아야 한다는 내 욕심과는 다르게 아이는 자기 체력이 다하면 바로 자리를 뜨고 싶어 했다. 나오는 길에 아이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아이는 아까 탔던 에어바운스보다 집에 있는 내복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런 걸 보면 매주 주말마다 새로운 놀이터나 키즈카페를 찾아 헤매는 내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냥 집 근처 평범한 벤치에서 과자나 하나 나눠 먹는 게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설과 공간에 대한 잔상
이번에 다녀온 곳은 늑목이랑 몇 가지 기구들이 꽤 괜찮았는데, 사실 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건 구석에 놓여있던 작은 공룡 인형들이었다. 키즈카페 놀이기구들이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더 반응하는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아이 양말 바닥에 붙은 탄성고무칩 조각을 떼어내며 다음 주에는 또 어디를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당분간은 그냥 가까운 곳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에어바운스며 뭐며 찾아다니는 게 오히려 아이나 나나 더 지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남는다.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아이가 신나하는 거 보면서 지쳐서 오히려 보호자만 불안해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아이공룡 인형이 제일 좋아했던 거,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아이랑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곳에 끌려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편하게 놀아주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공룡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 모습이 정말 귀엽네요. 저도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에 집중할 때가 많아서 비슷한 마음 같아요.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 블럭매트 틈새 먼지에 신경 쓰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