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갔던 프랜차이즈 박람회
지난달에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다녀왔다. 나름대로 평소에 숯불닭갈비 가게를 하나 내볼까 하는 막연한 고민이 있었는데, 마침 박람회 한다길래 그냥 한번 가본 거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엄청 뜨거웠다. 입구에서부터 팸플릿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상담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나도 몇 군데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다들 장사가 잘될 거라고 했다. 지금 당장 계약하면 가맹비도 깎아주고 교육비도 면제해준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어, 진짜 지금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밤에 조용히 앉아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현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싸해지는 분위기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상담할 때는 다들 매출이 월 5천은 기본으로 나온다고들 하는데, 정작 내 손에 쥐고 있는 자본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돈은 다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묘하게 말을 돌리거나 본사 차원에서 연결해주는 금융권 대출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좀 찜찜했다. 예전에 뉴스에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부업체를 끼고 점주들한테 비싼 이자로 돈 빌려줬다가 문제가 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상담해주던 사람이 ‘요즘은 소상공인 창업 대출도 잘 되어 있어서 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사실 은행 창구에 가보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다들 알지 않나. 오픈한 지 3개월은 지나야 제대로 된 정책 자금이 나온다는데, 그럼 그 3개월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버티라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출의 굴레와 막막함
박람회를 다녀온 뒤로 며칠 동안 대출 관련 글들을 엄청 찾아봤다. 카드 매출 대출부터 시작해서 이름도 생소한 온갖 자금 지원책들이 검색 결과로 쏟아졌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더 아팠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대출 이자 걱정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게 좀 서글프기도 했다. 주변 자영업 하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지금 상황에 덜컥 대출받아서 시작하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지금 내 처지에서 1억 넘는 대출을 안고 닭갈비 집을 차리는 게 과연 현명한 건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직장이나 계속 다니는 게 나은 건지, 답이 안 나온다. 공차 같은 큰 프랜차이즈도 사모펀드가 들어오고 돈이 오가는데, 나 같은 개인이 이런 거대 자본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냥 그대로 멈춰 서 있는 기분
사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숯불닭갈비 가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그날 상담받았던 곳 중에 한 군데는 인테리어 비용이 생각보다 합리적이라서 계속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당장 계약서를 쓸 용기는 안 난다. 내 주변엔 3년도 못 버티고 문 닫는 가게들이 너무 많다. 박람회장에서 봤던 그 화려한 부스들과 상담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지금은 그냥 붕 떠 있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창업 박람회 다녀온 이후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저 사람도 대출 이자 내느라 힘들겠지, 저 메뉴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같은 계산적인 생각들만 늘었다.
결국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결국 이번 달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가맹비를 아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소상공인 자금이 얼마나 나올지도 불확실하고, 지금 당장 가게를 얻고 시설 비용을 내고 나면 진짜 내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을 텐데, 그렇게 시작하는 건 너무 무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람회에서 받은 수십 장의 브로슈어는 그냥 책상 서랍 구석에 다 넣어버렸다. 언젠가 다시 꺼내 볼 날이 있을지, 아니면 그냥 버리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맞아요. 박람회 보고 나서 뭔가 휩쓸려가는 기분이었죠. 특히 장사 생각만 하면 대출 때문에 너무 부담되는 것 같아요.
계산기 두드리면서 생각해보니 가맹비 할인 이야기가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지 알 것 같네요.
인테리어 비용 합리적이었던 곳, 계속 생각나네요. 제 주변 가게들이 워낙 빨리 문 닫아서 걱정되는 마음이 계속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