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영등포 타요 키즈카페에 아이를 데려갔던 날
지난 주말에 날씨도 우중충하고 집에만 있기는 아이 눈치가 보여서 영등포에 있는 타요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유모차가 잔뜩 주차되어 있었고 안쪽은 이미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략 2시간 기준으로 아이 입장료만 20,00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보호자 입장료까지 더하고 나니 들어가기 전부터 돈이 꽤 깨지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탈 때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몇 대를 그냥 보낸 끝에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아이는 들어가자마자 신이 나서 볼풀장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구석에 겨우 남은 테이블 하나를 잡고 주저앉았다. 주말 키즈카페는 놀아주러 간다기보다는 버티러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가 다가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키즈카페 내부 매점 메뉴판 앞에서 고민했던 순간
아이를 달래며 매점 쪽으로 가보니 메뉴판 가격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냥 시판 제품을 데워주는 듯한 냉동 볶음밥 종류가 9,000원씩이나 했고, 핫도그 하나도 4,500원 수준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맛이 뻔히 예상되는 음식을 굳이 그 돈 주고 사 먹여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먼저 밀려왔다. 차라리 외부 음식을 반입해서 로비 쪽에 있는 공용 테이블에서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즈카페 규정을 슬쩍 보니 내부 놀이 공간에서는 취식이 안 되지만, 건물 복도나 지정된 외부 공간에서는 간단한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배달 앱을 켜서 근처 피자 가게에서 파는 따끈한 피자를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그게 가격 대비 아이도 더 잘 먹고 나도 대충 한 끼 때우기에 적당해 보였다.
배달 앱을 켜고 피자를 주문하면서 겪은 소소한 혼란
마침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보니 영등포 지역에서 쓸 수 있는 땡겨요상품권이 생각났다. 요즘 고물가라 배달음식할인 혜택을 챙기는 게 쏠쏠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20% 정도 할인율이 적용되는 상품권을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앱을 켜고 주문 결제 단계로 넘어가니 뭐가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결제창 화면에는 평소 쓰지 않던 씨원페이나 카드배달 같은 결제 수단 선택 항목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결국 익숙한 방식으로 결제를 마치고 피자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대기 시간이 45분으로 떴다. 좁은 대기 공간에서 휴대폰만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잡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요즘 애 키우면서 푼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동네 엄마들이 재택근무알바나 손쉬운 무자본창업 같은 걸 검색하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나 역시 얼마 전 친구가 무리하게 창업대출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던 하소연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복잡한 상가 건물 3층까지 배달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과정
시간이 지나 창밖을 내려다보니 건물 입구 쪽으로 배달용오토바이 여러 대가 쉴 새 없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이라 그런지 배달 기사님들도 다들 엄청 바빠 보였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배달 완료 소식이 없더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배달 기사님이 상가 건물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3층 키즈카페 근처 복도를 도저히 못 찾겠다고 하셨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연세가 꽤 있으신 분 같았는데, 순간 요즘 은퇴하신 어르신들이 60대일자리로 배달 대행이나 심부름대행 같은 일에 많이 뛰어든다는 뉴스가 머릿속을 스쳤다. 날도 더운데 이 복잡한 빌딩 구석까지 찾아오시느라 고생하시는 것 같아 차라리 내가 1층 입구로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내려가서 음식을 받아 오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번거롭고 지치는 일이었다.
결국 로비 구석 테이블에서 식은 피자를 먹게 된 결과
우여곡절 끝에 피자 상자를 들고 다시 3층으로 올라왔지만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내부 놀이 공간에는 들고 들어갈 수 없어서 엘리베이터 앞쪽에 마련된 좁고 어수선한 간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불러내어 상자를 열었는데, 1층을 왕복하고 길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피자는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한 조각을 입에 넣더니, 이내 퍽퍽했는지 목이 멘다며 음료수를 찾았다. 어수선한 복도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식은 피자를 씹고 있자니 내가 왜 굳이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아이도 금방 흥미를 잃었는지 반 조각만 대충 먹고는 다시 키즈카페 안으로 쌩하고 들어가 버렸다. 남은 식은 피자를 보며 그냥 안에서 맛없는 볶음밥이라도 사 먹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에는 그냥 내부 음식을 사 먹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피곤했는지 골아떨어졌고 나는 운전대를 잡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돈 몇 천 원 아끼고 조금 더 맛있는 걸 먹여보겠다고 배달 앱을 뒤적거리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복도를 왔다 갔다 했던 과정들이 참 미련하게 느껴졌다. 몸이 피곤하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집에 도착해서 정리할 일들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다음번에 다시 이런 키즈카페에 오게 된다면 그대도 똑같이 밖에서 음식을 시킬지, 아니면 그냥 내부 매점에서 대충 때울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이 보면 별일 아닌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몸이 힘든 주말 육아 상황에서는 이런 작은 결정 하나조차도 꽤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저 다음번에는 조금 더 편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거 자체가 꽤 번거로운 것 같아요. 특히 키즈카페처럼 사람이 많은 곳은 배달 기사님들이 엄청 바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