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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 캔암을 타려다 생각보다 돈만 쓰고 온 날

계획은 거창했으나 시작부터 꼬여버린 하루

문경 쪽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만 해도 머릿속으로는 아주 근사한 풍경을 상상했다. 맑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뭔가를 타거나, 아니면 적어도 아주 넓은 부지에서 캔암(CAN-AM) 같은 걸 타고 먼지 좀 날려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가평이나 청도 같은 곳에서 스카이트레일을 타본 적이 있어서, 문경 정도면 비슷하게 액티브한 무언가가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더웠고,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덥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캔암 체험을 하려다 마주한 현실

결국 현지에서 레저스포츠 관련 시설을 찾았는데, 캔암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산길을 달리는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 대당 대략 10만 원 안팎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문제는 안전 교육이나 장비 착용에 드는 시간이었다. 대기만 40분 정도를 했는데, 그 뙤약볕 아래서 헬멧을 쓰고 대기하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지쳐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겨우 버티고 있었다. 막상 타보니 재미는 있었지만, 30분 남짓 달리고 나니 손에 땀이 흥건했다. 사실 가평에서 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에너지는 다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계곡에서의 시간과 의문들

활동을 마치고 근처 문경 계곡으로 이동했다. 물은 확실히 시원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 하나 담글 틈을 찾기도 어려웠다. 미리 준비해 간 돗자리는 펴보지도 못하고 돌덩이 위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물놀이를 할 생각에 보트도 챙겨왔는데, 사람이 너무 붐비는 곳이라 민폐가 될까 봐 꺼내지도 못했다. 옆에 있던 다른 가족들은 벌써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그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결국 근처 식당에서 대충 밥을 먹고 일찍 돌아오기로 했다. 레저라는 게 참, 마음먹을 때는 대단한 걸 할 것 같아도 막상 현장에서는 그냥 사람에 치이고 날씨에 지치는 경우가 태반인 것 같다.

9월의 여행이 남긴 것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든 생각인데,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을까 싶다. 9월이라 조금 선선할 줄 알았던 건 내 큰 착각이었다. 날씨를 너무 낙관했는지, 아니면 평소에 너무 정적인 일상에 갇혀 있어서 몸이 비명을 지르는 걸 무시했는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기차 창밖을 보는데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다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예약하지 말고, 동네 뒷산이나 다녀오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또 다음 계절이 오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여행은 다녀와서 남는 게 사진뿐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얼마나 엉뚱한 계획을 세웠는지 깨닫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아직도 발등에 탄 자국이 선명한데, 이걸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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